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뒤에는 생각보다 오랫동안 마음이 무거울 수 있습니다.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다가도 빈 밥그릇이나 사진 한 장을 보는 순간 다시 눈물이 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이런 시간이 이어지면 “혹시 내가 우울증에 걸린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려동물과 이별한 뒤 깊은 슬픔이나 우울감을 느낀다고 해서 곧바로 우울증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반려동물을 잃은 뒤에는 그리움과 죄책감, 외로움뿐 아니라 잠이나 식욕이 달라지고 집중하기 어려운 변화도 애도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코넬대학교 반려동물 상실 안내에서도 반려동물과의 사별 뒤 나타나는 감정과 생활 변화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며, 애도에는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시간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또 하나 알아둘 점이 있습니다.
‘펫로스 우울증’은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뒤 심한 우울감이나 무기력을 설명할 때 흔히 사용하는 표현이지만, 그 자체가 별도의 의학적 진단명은 아닙니다.
우울증 여부를 살펴볼 때는 슬픔이 얼마나 오래됐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흥미와 즐거움의 감소, 수면과 식사 변화, 죄책감이나 무가치감, 집중의 어려움, 일상생활의 변화 등을 함께 살펴봅니다.
펫로스 우울증과 일반적인 슬픔은 어떻게 다를까?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뒤 많이 울고 깊은 슬픔을 느낀다는 사실만으로 모두 우울증이라고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애도 과정에서는 힘든 감정이 하루 종일 같은 강도로 이어지기보다 어느 순간 크게 밀려왔다가 조금 잦아들기도 합니다.
어느 날은 사진을 보는 것조차 힘들다가도 다른 날에는 함께했던 좋은 기억을 떠올리며 잠시 웃을 수 있습니다. 며칠 동안 비교적 괜찮았는데 늘 걷던 산책길을 지나면서 갑자기 눈물이 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나타난다고 해서 회복이 잘못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정신의학회(APA)는 애도에서 힘든 감정이 파도처럼 찾아오는 가운데 긍정적인 기억이나 감정도 함께 나타날 수 있는 반면, 주요우울증에서는 우울한 기분이나 흥미와 즐거움의 감소가 생활 전반에 보다 지속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만 보기보다 최근 내 감정과 생활 전체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려동물 죽음 후 우울감이 오래 이어지는 이유
반려동물과의 이별은 사랑했던 존재를 잃는 것뿐 아니라 함께 만들어온 하루의 습관과 생활 리듬까지 달라지는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아침마다 밥을 챙기던 시간, 집에 돌아오면 반겨주던 모습, 늘 함께 걷던 산책길처럼 평범했던 생활 곳곳에 반려동물의 자리가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별 뒤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마다 빈자리를 마주하게 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잘해줄걸.”
“그때 다른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
이런 후회가 반복되기도 합니다.
특히 갑작스러운 이별을 경험했거나 오랜 치료를 함께했거나, 안락사처럼 보호자가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다면 마지막 순간을 마음속에서 여러 번 되짚어보게 될 수 있습니다.
코넬대학교도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게 된 상황과 관계의 특성 등이 애도 경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아직 슬프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의 마음에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많이 사랑했던 존재의 빈자리에 적응하는 데에는 사람마다 서로 다른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과 이별한 뒤 나타날 수 있는 감정과 생활 변화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펫로스 증후군과 애도 반응도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펫로스 후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반려동물과 이별한 뒤 한동안 의욕이 떨어지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느낌이 드는 것은 애도 과정에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고 사람을 만나거나 외출하는 일도 귀찮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평소처럼 웃거나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오히려 떠난 반려동물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럴 때 “빨리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최근 생활이 이전과 비교해 어떻게 달라졌는지 천천히 살펴보세요.
좋아하던 일을 했을 때 잠시라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지, 일이나 공부처럼 꼭 해야 하는 일을 어느 정도 이어가고 있는지, 아니면 하루 대부분을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보내고 있는지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는 우울증에서 흥미와 즐거움의 감소, 에너지 저하, 집중하기 어려움, 죄책감이나 무가치감 등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한두 가지 변화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우울증이라고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증상의 종류와 정도, 지속되는 양상, 그리고 평소 생활에 얼마나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음이 힘들수록 스스로 병명을 붙이려고 애쓰기보다 “요즘 나는 이전과 비교해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라고 자신의 하루부터 돌아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펫로스 후 잠이 안 오고 식욕이 떨어질 때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뒤 잠이 잘 오지 않거나 밤중에 자주 깨고, 식욕이나 식사량이 달라지는 변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만으로 우울증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밤이 조용해지면 함께했던 기억이 낮보다 더 선명하게 떠오를 수 있습니다.
늘 곁에서 잠들던 반려동물이었다면 비어 있는 침대 옆이나 방 한쪽이 유난히 허전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식사 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려동물의 밥을 챙기는 일이 자신의 하루와 연결되어 있었다면 혼자 밥을 먹는 순간이 한동안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당장 이전의 생활로 완전히 돌아가려고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한 끼라도 챙겨 먹고, 가능한 범위에서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잠깐이라도 집 밖으로 나가는 것처럼 작은 생활 리듬부터 다시 만들어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하루를 완벽하게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잠과 식사, 활동이 조금씩 다시 이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다만 불면증이나 식욕 변화와 함께 흥미 저하, 심한 무기력, 집중하기 어려움 등이 지속되고 평소 생활까지 유지하기 힘들어지고 있다면 전문가와 현재 상태를 이야기해볼 수 있습니다.
펫로스 우울증 증상, 기간이 길면 우울증일까?

슬픔이 오래 이어진다는 이유만으로 우울증이라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반려동물과의 관계가 깊었던 만큼 시간이 지나도 그리운 마음이 계속될 수 있습니다. 생일이나 기념일, 함께 다니던 장소처럼 특정한 순간에 다시 슬픔이 크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우울증을 평가할 때 기간은 여러 기준 가운데 하나입니다.
주요우울삽화에서는 우울한 기분이나 흥미·즐거움의 감소를 포함한 여러 증상이 일정 기간 지속되는지를 살펴보지만, 단순히 “2주가 지났으니 우울증이다”라고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증상의 종류와 정도, 생활 전반에 미치는 영향 등을 함께 평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날짜를 세면서 “이제 문제가 생긴 걸까?”라고 걱정하기보다 최근 생활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세요.
잠은 어떻게 자고 있는지, 식사는 하고 있는지, 일이나 공부를 어느 정도 이어가고 있는지, 사람을 만날 수 있는지, 좋아했던 일에서 잠시라도 즐거움을 느끼는지를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펫로스 슬픔과 우울증을 구분할 때 살펴볼 점
아래 항목은 우울증을 스스로 진단하기 위한 검사가 아닙니다. 현재 자신의 마음과 생활이 이전과 비교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참고 기준으로 활용해보세요.
□ 좋아했던 일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지 살펴보세요.
반려동물을 향한 그리움이 크더라도 다른 활동에서 잠깐씩 편안함이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지 돌아봅니다.
□ 잠과 식사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보세요.
잠들기 어려워졌는지, 밤에 자주 깨는지, 지나치게 오래 자는지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식욕이나 식사량이 이전과 크게 달라졌는지도 함께 살펴봅니다.
□ 일과 공부, 자기 관리를 이어갈 수 있는지 돌아보세요.
씻고 식사하고 출근하거나 공부하는 것처럼 평소 하던 일을 계속 수행하기 어려워지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봅니다.
□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보세요.
잠시 혼자 있고 싶은 정도인지,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와의 연락까지 계속 피하게 되는지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 죄책감이 자신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으로 넓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세요.
“그때 조금 더 해줄걸”이라는 후회를 넘어 자신을 가치 없는 사람처럼 느끼거나 모든 일을 자신의 잘못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봅니다.
미국정신의학회(APA)는 일반적인 애도에서는 자존감이 비교적 유지되는 반면, 주요우울증에서는 무가치감이나 자기 자신에 대한 강한 부정적인 생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한두 항목에 해당한다고 해서 우울증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여러 변화가 함께 이어지면서 이전의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펫로스 우울감이 너무 힘들 때 도움을 받아도 될까?
우울감과 무기력이 이어지면서 잠이나 식사, 일과 공부, 사람들과의 관계처럼 평소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면 전문적인 도움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도움을 받는다고 해서 자신의 애도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사랑했던 존재와의 이별을 혼자 감당하기에는 마음이 너무 지치는 순간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 누군가와 함께 현재의 상태를 살펴보는 것도 자신을 돌보는 방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NIMH 정신건강 안내에서는 증상의 기간뿐 아니라 평소 활동과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는지 등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살펴보고, 증상이 심하거나 지속될 경우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나 상담기관을 찾아갈 때 특별한 말을 준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뒤 잠을 거의 못 자고 있어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시간이 계속돼요.”
“예전에 좋아했던 일도 즐겁지 않아요.”
지금 가장 힘든 부분부터 이야기하면 됩니다.
슬픔을 안고 일상을 다시 이어가는 방법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뒤의 회복은 슬픔을 없애거나 반려동물을 잊는 과정이라고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사진을 보며 눈물이 나는 날도 있고, 좋은 기억을 떠올리며 웃을 수 있는 날도 있습니다.
그리움이 남아 있는 가운데 식사를 하고, 잠을 자고, 다시 사람을 만나고 자신의 일상을 이어갈 수 있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도 회복의 한 모습일 수 있습니다.
펫로스 이후 자신의 하루를 다시 만들어가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펫로스 증후군 극복과 일상 회복을 다룬 칼럼도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리움이 오래 남는 것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도움이 필요한 것은 서로 다른 문제일 수 있습니다.
사랑했던 마음은 그대로 간직해도 괜찮습니다.
다만 지금의 내가 너무 힘들다면 모든 시간을 혼자 견디려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
슬픔을 빨리 없애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슬픔을 안고도 자신의 하루를 지켜가기 위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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