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신당뇨병 산모의 자녀는 성장 과정에서 당뇨병이 발생할 위험도 높아질까? 국내 산모와 자녀 약 349만 쌍을 최대 14년간 추적한 연구에서 임신당뇨병을 겪은 산모의 자녀는 성장 과정에서 당뇨병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임산부의 날인 10월 10일을 앞두고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임신 중 혈당 관리뿐 아니라 출산 후 산모와 자녀의 건강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임신 중 인슐린 치료가 필요했던 임신당뇨병 산모의 자녀에서 위험 증가 폭이 컸다. 임신당뇨병이 없었던 산모의 자녀와 비교하면 2형당뇨병 위험은 4.3배, 1형당뇨병 위험은 1.9배 높았다.
출생아 349만1,680쌍을 최대 14년 추적했다
이번 연구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태어난 산모와 자녀 349만1,680쌍을 대상으로 자녀의 당뇨병 발생 여부를 장기간 추적한 국내 대규모 연구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2022년 말까지 대상자를 추적했다. 최장 추적 기간은 14년이었으며 중앙값은 9.5년이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아시아 인구를 대상으로 임신당뇨병이 자녀의 1형당뇨병과 2형당뇨병에 미치는 영향을 구분해 분석한 연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연구는 국립보건연구원 학술용역인 「임신성 당뇨병 여성의 자녀에 대한 단기건강 영향 평가 및 전향적 가계코호트 구축」을 통해 수행됐으며, 관련 논문은 BMC Medicine에 발표됐다.
인슐린 치료 필요군 자녀, 2형당뇨병 위험 4.3배
임신당뇨병이 있었더라도 인슐린 치료 필요 여부에 따라 자녀의 당뇨병 위험 증가 폭에는 차이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산모를 ▲임신당뇨병이 없었던 경우 ▲인슐린 치료 없이 관리한 임신당뇨병 ▲인슐린 치료를 받은 임신당뇨병 등 세 그룹으로 나눴다. 이후 각 그룹 자녀에게 1형당뇨병과 2형당뇨병이 얼마나 발생하는지를 비교했다.
인슐린 치료 없이 관리한 임신당뇨병 산모의 자녀는 임신당뇨병이 없었던 산모의 자녀보다 2형당뇨병 위험이 1.28배 높았다. 인슐린 치료가 필요했던 산모의 자녀에서는 2형당뇨병 위험이 4.3배까지 높아졌다.
표. 임신당뇨병 상태에 따른 자녀 당뇨병 위험
| 산모의 임신당뇨병 상태 | 자녀 1형당뇨병 위험 | 자녀 2형당뇨병 위험 |
|---|---|---|
| 임신당뇨병 없음 | 기준 | 기준 |
| 임신당뇨병·인슐린 치료 없음 | 뚜렷한 관련 없음 | 1.28배 |
| 임신당뇨병·인슐린 치료 필요 | 1.9배 | 4.3배 |
출처: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발표 자료. 임신당뇨병이 없었던 산모의 자녀를 비교 기준으로 함.

2형당뇨병뿐 아니라 1형당뇨병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인슐린 치료 없이 관리한 산모의 자녀에서는 1형당뇨병 발생 위험과 뚜렷한 관련성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인슐린 치료가 필요했던 산모의 자녀는 위험이 1.9배 높았다.
‘4.3배’는 아이가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4.3배라는 뜻일까?
연구에서 제시된 4.3배는 특정 아이의 당뇨병 발생 확률을 뜻하는 수치가 아니라 비교집단 사이에서 나타난 상대적인 위험 차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임신당뇨병이 없었던 산모의 자녀를 기준으로 각 그룹의 당뇨병 발생 위험을 비교했다. 따라서 4.3배라는 수치를 자녀 개인의 실제 발병 확률로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사용자가 제공한 질병관리청 발표자료에는 각 그룹에서 실제 몇 명의 자녀에게 당뇨병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절대위험 수치는 포함돼 있지 않다. 상대위험이 높게 나타났다는 결과와 특정 아이에게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을 동일하게 해석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또 이번 결과만으로 임신 중 사용한 인슐린 자체가 자녀의 당뇨병 위험을 높였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연구에서 확인된 것은 인슐린 치료가 필요했던 임신당뇨병 산모의 자녀에서 더 높은 위험이 관찰됐다는 점이다.
임신당뇨병은 출산 후 대부분 회복돼도 관리가 필요하다
임신당뇨병은 임신 전에는 당뇨병이 없었지만 임신 중 처음 고혈당이 발견되는 상태로, 출산 후 대부분 혈당이 정상으로 회복되더라도 이후 건강관리가 중요하다.
임신당뇨병은 식사요법과 신체활동으로 혈당을 관리하고,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경우 인슐린 등 약물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출산 이후 혈당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지만 산모는 향후 2형당뇨병 발생 위험이 높아 지속적인 건강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임신당뇨병과 관련해서는 조산이나 제왕절개, 거대아 출산 등 출산 전후 위험이 비교적 잘 알려져 있었다. 반면 자녀가 성장한 뒤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근거는 상대적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대규모 국내 자료를 통해 임신당뇨병 산모의 자녀를 장기간 추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출산 뒤에는 자녀의 성장 과정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임신 중 혈당 관리뿐 아니라 출산 이후 자녀의 성장 과정까지 장기적으로 살펴볼 필요성을 보여준다.

김원호 국립보건연구원 만성질환융복합연구부장은 임신 중 혈당 관리가 산모 본인뿐 아니라 아이의 장기 건강과도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임신 중 인슐린 치료가 필요했던 고위험 임신당뇨병 산모의 자녀는 성장 과정에서 체중과 혈당을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등 개별적이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만으로 모든 임신당뇨병 산모의 자녀에게 동일한 검사 주기나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산모의 임신당뇨병 상태와 자녀의 성장 과정은 개인마다 다르므로 구체적인 건강관리나 검사 필요성은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