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전신경화증은 면역체계 이상과 혈관 손상, 과도한 콜라겐 축적으로 피부가 두꺼워지고 폐·심장·신장·위장관 등 여러 내부 장기에 이상이 생길 수 있는 만성 전신 자가면역질환입니다. 영어로는 Systemic sclerosis라고 하며 과거에는 전신성 경피증이라는 표현도 사용했습니다.
질환의 범위와 진행 속도는 사람마다 크게 다릅니다. 일부에서는 피부 변화와 레이노현상이 중심이지만 다른 환자에서는 간질성폐질환, 폐동맥고혈압, 신장 기능 저하 등 주요 장기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정기적인 추적검사가 중요합니다.
발생 원인
전신경화증의 정확한 원인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면역체계가 자신의 조직을 비정상적으로 공격하고 작은 혈관이 손상되면서 섬유아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과정이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결과 콜라겐과 같은 결합조직 성분이 피부와 내부 장기에 지나치게 축적되면서 조직이 단단해지고 정상적인 기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레이노현상
레이노현상은 전신경화증에서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초기 증상입니다. 추위나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손가락이나 발가락의 작은 혈관이 수축해 피부색이 창백해지거나 파랗게 변한 뒤 붉어질 수 있습니다.
반복되는 심한 레이노현상은 손가락 끝 혈류를 감소시켜 통증이나 궤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손끝 상처가 잘 낫지 않거나 검게 변하는 경우에는 빠른 진료가 필요합니다.
피부 변화
초기에는 손가락과 손이 붓는 느낌이 나타난 뒤 피부가 점차 두껍고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피부가 팽팽해지면서 손가락을 완전히 펴거나 구부리기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얼굴 피부가 당기고 입 주변이 좁아지는 변화가 나타날 수 있으며 손가락 끝에 작은 상처나 궤양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제한피부형과 미만피부형
전신경화증은 피부 침범 범위에 따라 제한피부형과 미만피부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제한피부형에서는 주로 손가락과 손, 얼굴 등 비교적 말단 부위에 피부경화가 나타납니다.
미만피부형에서는 팔과 다리의 몸쪽 부위나 몸통까지 피부경화가 넓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내부 장기 침범 위험과 진행 양상도 유형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폐 침범
전신경화증에서 중요한 합병증 가운데 하나는 간질성폐질환입니다. 폐 조직에 염증과 섬유화가 진행하면 마른기침과 운동할 때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흉부 고해상도 CT와 폐기능검사를 통해 폐 침범 여부와 정도를 평가합니다.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어도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될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평가가 중요합니다.
폐동맥고혈압
폐동맥의 혈관이 좁아지고 압력이 높아지는 폐동맥고혈압도 전신경화증에서 주의해야 하는 합병증입니다. 초기에는 운동할 때 숨이 차거나 쉽게 피로해지는 정도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심초음파와 폐기능검사 등을 이용해 선별하며 필요하면 우심도자검사를 통해 확진합니다.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장관 증상
전신경화증은 식도와 위·장관의 운동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식도 운동이 약해지면 음식물이 잘 내려가지 않거나 위산이 역류해 속쓰림과 위식도역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복부팽만, 변비나 설사 등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위장관 침범 정도에 따라 위산분비억제제나 장운동 조절 치료 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신장 합병증
드물지만 전신경화증에서는 신장혈관이 갑자기 손상되면서 혈압이 급격히 상승하고 신장기능이 빠르게 나빠지는 전신경화증 신장위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심한 두통이나 갑작스러운 혈압 상승, 시야 변화, 소변량 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신장위기는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한 중증 합병증입니다.
심장 침범
심장 근육이나 심낭, 심장의 전기전도계가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두근거림이나 부정맥, 숨참, 흉통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필요하면 심전도와 심초음파, 심장 MRI 등을 이용해 심장 침범 여부를 확인합니다. 증상이 없어도 질환 상태에 따라 주기적인 평가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자가항체검사
전신경화증이 의심되면 항핵항체와 전신경화증 관련 자가항체를 검사할 수 있습니다. 항센트로미어항체와 항토포아이소머레이스 I 항체 등이 대표적입니다.
자가항체는 진단뿐 아니라 임상 유형과 장기 합병증 위험을 평가하는 데 참고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항체검사만으로 진단하지 않고 피부와 혈관 소견, 내부 장기 검사 결과를 함께 판단합니다.
모세혈관검사
손톱 주변의 모세혈관을 확대해 관찰하는 손발톱주름 모세혈관검사가 진단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전신경화증에서는 모세혈관이 확장되거나 감소하고 작은 출혈이 나타나는 특징적인 변화가 관찰될 수 있습니다.
특히 레이노현상이 있는 환자에서 단순한 원발성 레이노현상과 자가면역질환에 의한 이차성 레이노현상을 구별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치료
전신경화증 전체를 한 번에 완치하는 단일 치료법은 없으며 침범한 장기와 증상에 맞춰 치료합니다. 레이노현상에는 혈관확장제를 사용할 수 있고 식도역류에는 위산분비억제제를 사용합니다.
간질성폐질환에서는 면역조절치료나 항섬유화 치료 등을 환자의 상태에 따라 고려할 수 있으며 폐동맥고혈압에는 폐혈관을 조절하는 전문 치료제가 사용됩니다.
생활관리
레이노현상을 줄이기 위해 손과 발을 따뜻하게 유지하고 급격한 온도 변화를 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흡연은 혈관을 수축시키므로 금연이 권장됩니다.
손가락 관절이 굳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적절한 스트레칭과 운동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피부가 건조해지기 쉬우므로 보습제를 사용하고 손끝의 상처나 궤양도 자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진료가 필요한 경우
레이노현상과 함께 손가락이 붓고 피부가 점차 단단해지거나 설명되지 않는 호흡곤란·마른기침·속쓰림이 지속된다면 류마티스내과에서 평가받는 것이 좋습니다.
호흡곤란이 빠르게 악화하거나 혈압이 갑자기 크게 상승하고 소변량이 감소하는 경우, 심한 흉통이나 실신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폐·심장·신장 합병증 가능성이 있으므로 신속한 의료 평가가 필요합니다.